
비가 새기 시작한 베란다 창틀
며칠 전부터 거실 베란다 창틀 쪽에서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비가 꽤 많이 오는 날이었는데, 창틀 아래쪽 벽지에 물기가 번져 있었다. 처음에는 결로인가 싶어서 무시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축축함이 커지는 걸 보고 아차 싶었다. 아파트가 연식이 좀 있다 보니 올 게 왔구나 싶더라. 관리사무소에 물어보니 외부 코킹은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딱 잘라 말해서, 결국 사설 업체를 부를지 내가 직접 할지 고민하게 됐다. 처음에는 그냥 실리콘 하나 사서 때우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창틀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업체 견적을 듣고 든 생각
동네 코킹 시공 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려봤다. 보통 아파트 누수 공사 비용이 한 세대에 30만 원에서 50만 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더라. 생각보다 꽤 큰 금액이라 조금 당황했다. 작업자가 직접 로프를 타고 외벽으로 나가서 작업해야 하는 환경이라 위험 수당이 붙는 건 이해하지만, 당장 나가는 큰돈이 부담스럽기는 했다. 어떤 업체는 실리콘뿐만 아니라 크랙까지 다 메워야 한다고 해서 견적이 70만 원까지 올라갔다. 이게 진짜 필요한 공사인지, 아니면 그냥 견적을 부풀린 건지 알 길이 없으니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마트에서 산 실리콘과 건
결국 집 근처 철물점에 가서 대용량 실리콘이랑 실리콘 건을 샀다. 다 해서 2만 원이 안 넘었던 것 같다. 전문가들은 다우실이나 특정 브랜드를 추천해주던데, 나는 그냥 매장에 있는 것 중 제일 무난해 보이는 걸 집어 왔다. 유튜브 영상 몇 개를 보면서 겉에 들뜬 실리콘을 커터칼로 긁어내고 쏘면 된다길래, 무작정 베란다 창문을 열고 작업을 시작했다. 10층 높이라 밖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안전장치도 없이 좁은 창틀에 매달려 실리콘을 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막상 밖으로 몸을 내밀고 나서야 실감했다.
엉망이 된 창틀 마감
결과물은 말 그대로 ‘셀프’의 느낌이 확 났다. 실리콘을 헤라로 예쁘게 밀었어야 했는데, 손에 다 묻고 창틀 전체가 지저분해졌다. 겉보기에는 물이 안 들어갈 것처럼 꼼꼼하게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르고 나니 중간중간 구멍이 보였다. 나중에 비가 다시 오면 또 샐 것 같다는 불안함이 가시질 않는다. 2만 원 아끼겠다고 생고생을 한 건지, 아니면 그래도 당장의 구멍은 메웠으니 된 건지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실리콘을 쏘는 과정에서 옷에 실리콘이 다 묻어버려서 그날 입었던 옷은 그냥 버려야 했다.
어설픈 마무리에 남은 찝찝함
아직 비가 다시 제대로 쏟아지지는 않아서 보수가 제대로 된 건지 확인은 못 했다. 확실한 건, 이번에 고생하면서 깨달은 건 코킹 작업이 생각보다 훨씬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거다. 괜히 전문가들이 비싼 돈을 받는 게 아니다. 다음번에 또 문제가 생기면 그때는 진짜 고민하지 말고 사람을 불러야겠다고 다짐은 하는데, 막상 또 견적 금액을 들으면 마음이 바뀔지 모르겠다. 일단 지금은 창틀에 지저분하게 굳어버린 실리콘 자국을 보면서 한숨만 쉬고 있다. 이게 잘한 일인지 못한 일인지, 비가 한 번 시원하게 쏟아져봐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