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훨씬 손 많이 가던 우리 집 옥상 방수

생각보다 훨씬 손 많이 가던 우리 집 옥상 방수

처음엔 그냥 페인트만 바르면 되는 줄 알았다

재작년 여름이었나, 장마가 유난히 길었던 해였어요. 작은 방 천장 한 귀퉁이에 희미하게 물이 비치기 시작하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가, 했는데 비가 좀 많이 오면 물방울이 맺히는 게 보였습니다. 꽤 당황스러웠죠. 누가 봐도 이건 옥상에서 내려오는 물. 우리 집 옥상은 그냥 초록색 페인트가 대충 발라져 있는 평범한 모습이었는데,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거든요.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다들 ‘옥상 방수 페인트’라는 걸 바르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뭐, 그 정도야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괜히 사람 부르면 돈만 비싸고, 별거 아닐 것 같았어요.

동네 철물점 사장님 말 듣고 이것저것 샀는데

주말에 동네 철물점에 갔습니다. 사장님께 대충 상황을 설명하고 옥상 방수용 페인트 좀 달라고 했죠. 사장님은 웃으시면서 “에휴, 그냥 페인트만 바른다고 되는 게 아니야”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프라이머부터 균열 보수용 실리콘, 그리고 우레탄 방수 페인트를 추천해주셨어요. 대략 20만 원 정도 들었습니다. 붓이랑 롤러, 트레이까지 사니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금액이 훌쩍 뛰었죠. 사장님이 “보통 2번은 발라야 제대로 되는 거야”라고 덧붙이시는데, 그때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뭘 그렇게까지’ 싶었습니다. 작업하려면 날씨가 맑아야 한다고 해서 한동안 주말만 기다렸어요.

균열 보수, 이게 정말 끝이 없는 일이었다

드디어 맑은 주말,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일단 빗자루로 먼지랑 흙부터 쓸어냈어요. 생각보다 지저분하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프라이머를 바르기 전에 사장님이 주신 균열 보수용 수밀 코킹(watertight caulking) 재료로 벽과 바닥 이음새, 그리고 보이는 금들을 메꾸기 시작했습니다. 대충 눈으로 봤을 땐 잔금 몇 개겠거니 했는데, 바닥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머리카락처럼 가는 실금이 너무 많은 거예요. 심지어 기존 페인트가 들뜬 곳을 걷어내니 그 아래로 자잘한 금들이 계속 나왔습니다. 허리 한 번 제대로 못 펴고 주말 이틀 내내 그 작업만 한 것 같아요. 이걸 다 메꿔야 하나 싶어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어쩌면 이게 제일 힘들었던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우레탄 냄새에 머리 아프고, 마르는 시간은 또 왜 그리 긴지

겨우 균열 보수를 마치고 프라이머를 바른 다음, 드디어 초록색 우레탄 방수 페인트를 칠하기 시작했습니다. 캔을 따자마자 확 올라오는 특유의 냄새에 머리가 지끈거렸어요. 마스크를 썼는데도 소용없었습니다. 롤러로 쓱쓱 밀면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뻑뻑하고 고르게 바르기가 어렵더라고요. 특히 모서리 같은 곳은 붓으로 꼼꼼히 발라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한 번 바르고 나니 진이 다 빠지더라고요. 이게 끝이 아니라 하루 이틀은 말리고 나서 한 번 더 발라야 한다는데, 그 긴 마르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혹시 비라도 올까 봐 계속 날씨 예보만 보게 되고요. 2차까지 다 끝내고 나니 며칠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결국 비는 또 오는데, 이 불안감은 뭘까

그렇게 땀 흘려 가며 옥상 방수 작업을 마쳤습니다. 쨍한 초록색 옥상을 보니 뿌듯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한 달 뒤, 또다시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천장을 확인했는데, 다행히 물방울은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뭔가 불안한 마음이 남아 있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옆집은 무슨 회색 TPO 시트 같은 걸로 전체를 덮어놨던데, 그게 훨씬 튼튼해 보이기도 하고… 나중에 우리 집도 또 물이 새면 그때는 그냥 전문가를 부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비싸게 할까 싶었는데, 막상 직접 해보니 그 가격이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도 내가 직접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시 그 냄새 맡으면서 균열 찾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어깨가 아픈 것 같네요.

댓글 2
  • 프라이머 바르기 전에 균열을 이렇게 많이 보던 거 신기하네요.

  • 우레탄 냄새 때문에 진짜 힘들었겠네요. 꼼꼼하게 덧칠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