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초록색 우레탄을 다 벗겨내지도 못하고 덧칠해버린 이야기

옥상 초록색 우레탄을 다 벗겨내지도 못하고 덧칠해버린 이야기

빌라 4층에 살면서 옥상 관리는 반쯤 내 몫이 되어버렸다. 작년 여름에 장마가 유독 길었을 때 미세하게 천장 벽지가 눅눅해지는 걸 보고, 올해는 진짜 방수 작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동네 철물점 사장님은 그냥 대충 바르는방수액 사다가 롤러로 밀면 된다고 쉽게 말씀하셨지만, 막상 올라가 본 옥상 바닥은 그렇게 간단한 상태가 아니었다. 10년 전에 칠해둔 초록색 우레탄 페인트가 군데군데 갈라져서 손가락으로 누르면 과자 껍질처럼 바스러졌다. 이걸 다 긁어내야 한다는 걸 인터넷에서 보고 헤라를 들고 긁기 시작했는데, 한 시간 만에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결국 다 긁어내지는 못하고, 그냥 눈에 띄게 들뜬 부분만 대충 뜯어내고 먼지를 쓸어냈다. 이 단계에서부터 벌써 ‘그냥 돈 주고 사람을 쓸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옥상 바닥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시작했던 일

옥상 바닥을 쓸어내면서 느낀 건데, 셀프 방수라는 게 생각만큼 단순한 칠하기 놀이가 아니었다. 갈라진 틈새 사이로 모래가 계속 씹히고, 물기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페인트가 다 뜬다고 해서 며칠 동안 날씨 맑은 날만 골라야 했다. 특히 빗물 배수구 주변은 이물질이랑 낡은 코킹 흔적이 뒤엉켜 있어서 칼로 긁어내느라 땀을 한 바가지나 흘렸다. 유튜브를 보면 다들 쓱쓱 쉽게 칠하길래 나도 주말 이틀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바닥 청소와 밑작업에만 벌써 이틀을 꼬박 날려버렸다. 이때부터 이미 몸살 기운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다.

방수자재를 고르면서 겪은 초록색 우레탄과의 고민

인터넷을 찾아보니 요즘은 초록색 우레탄 말고도 회색이나 흰색 차열 페인트를 많이 쓴다고 했다. 마침 KCC 스포탄상도나 노루페인트의 노루와 차열수성방수재 같은 제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열을 내려준다고 해서 귀가 솔깃했다. 을지로 방수자재 파는 곳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어서 대략적인 견적을 물어봤는데, 생각보다 종류가 너무 많았다. 벽지곰팡이페인트 같은 실내용이랑은 차원이 다르게 통이 무겁고 컸다. 결국 인터넷으로 노루와 차열수성방수재 세트와 하도용 프라이머, 롤러 붓 세트까지 해서 약 45만 원 정도를 결제했다. 일반 우레탄보다 아주 약간 비싼 편이었지만, 여름에 방 안 온도가 1도라도 낮아진다면 그게 더 이득이 아닐까 하는 얇은 기대감이 있었다. 택배가 집 앞에 도착했을 때 그 엄청난 무게의 말통들을 보고 4층 계단으로 나를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하도와 중도를 바르며 깨달은 옥상 면적의 체감 크기

작업을 시작한 날은 바람이 약간 부는 토요일 아침이었다. 하도(프라이머)를 칠하기 전에 바닥에 먼지가 없어야 페인트가 안 들뜬다고 해서 빗자루질을 세 번은 넘게 했다. 그래도 계속 모래 먼지가 나오는 것 같아 대충 타협하고 하도를 바르기 시작했다. 끈적한 액체라서 롤러가 생각보다 부드럽게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날씨예보에는 비 소식이 없었는데 갑자기 하늘이 흐려져서 건조 시간에 극도로 민감해졌다. 하도를 바르고 완전히 말리는 데만 꼬박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 중도를 칠하는데, 중도는 하도보다 훨씬 되직했다. 넓은 면적을 롤러로 계속 밀다 보니 어깨 통증이 심해졌고, 옥상이 왜 이렇게 넓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만 반복해서 들었다. 면적이 대략 15평 남짓인데도 혼자서 칠하기엔 체력 소모가 엄청났다.

차열 기능이 들어간 방수페인트를 올릴 때의 끈적한 질감

셋째 날 드디어 마지막 단계인 차열 기능의 상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흰색에 가까운 밝은 회색이라 그런지 칠하는 동안 햇빛 반사 때문에 눈이 굉장히 부셨다. 선글라스를 끼고 작업해야 한다는 블로그 글을 비웃었던 내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차열 페인트는 일반 페인트보다 묘하게 점도가 높아서 골고루 펴 바르는 게 어려웠다. 군데군데 얇게 발린 곳은 밑에 있던 초록색 우레탄 자국이 희미하게 비쳐서 결국 그 위에 한 번 더 덧칠을 해야 했다. 바닥 틈새나 모퉁이 부분은 롤러로 도저히 안 돼서 작은 붓으로 쪼그려 앉아 칠했는데, 무릎이 쑤셔서 한참 동안 멍하니 서서 하늘만 바라보기도 했다. 작업 중간에 베란다방수페인트 칠할 때 쓰던 붓도 가져와서 써봤는데, 야외 옥상용은 확실히 면적이 커서 감당이 안 됐다.

끝내고 나니 남은 자재 처리와 묘하게 뻐근한 몸

우여곡절 끝에 4일 만에 작업을 끝냈다. 멀리서 보면 그럴싸하게 밝은 회색 옥상이 되었지만, 가까이서 보면 페인트가 뭉친 곳도 있고 덜 긁어낸 우레탄 때문에 울퉁불퉁한 자국이 그대로 다 보인다. 다 쓰고 남은 빈 페인트 통들과 쓰다 버린 롤러, 굳어버린 붓들을 정리하는 것도 일이었다.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서 내놓으면서 ‘진짜 이게 제대로 방수가 된 게 맞나’ 하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복합시트방수 같은 시공을 전문 업체에 맡겼으면 150만 원 이상은 줬어야 했을 텐데, 몸은 좀 힘들었어도 돈은 아꼈으니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다음번에 또 물이 새거나 문제가 생기면 그때는 군말 없이 돈을 모아서 방수인젝션 같은 전문적인 보수 업체를 부를 것 같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어깨가 뻐근하고, 비가 올 때마다 천장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댓글 3
  • 차열 페인트 점도가 높아서 붓으로 꼼꼼하게 바르는 게 정말 힘들었네요. 특히 모퉁이 작업은 더 그랬던 것 같아요.

  • 초록 우레탄을 긁어내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겠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며칠 동안 천장을 보면서 정신이 없었는데, 그때처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속상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 하도칠할 때 먼지 때문에 바닥 청소하는 거 봤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