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바닥을 다시 칠하면서 느낀 묘한 피로감

주차장 바닥을 다시 칠하면서 느낀 묘한 피로감

관리실에서 갑자기 통보받은 주차장 도색

지난주 관리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5년 넘게 미뤄왔던 주차장 차선 도색이랑 보행자 안전 통로를 다시 칠하기로 했다고. 사실 운전할 때마다 희미해진 노란 선들 때문에 은근히 신경이 쓰였던 건 맞는데, 막상 닥치니 귀찮음이 먼저 밀려왔다. 우리 구역은 24시간 차를 빼줘야 하는 상황이라 안내 표지판이 붙고부터는 차를 어디에 세울지부터 고민이었다. 동네에서 이름 좀 있다는 도장 업체 몇 곳을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가격 범위가 넓더라. 100만 원 초반대에서부터 시작해서 규모가 큰 곳은 300만 원을 훌쩍 넘기기도 하고. 그냥 페인트칠 한 번 하는 건데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나 싶었다.

업체 선정 과정의 소소한 의문점

몇 군데 전화를 돌려보니 다들 자기들이 제일 꼼꼼하게 한다고 하는데, 통화만으로는 도통 감이 안 왔다. 어떤 곳은 ‘비 오면 반사되는 재질을 써야 한다’며 강조하는데, 우리 아파트 주차장이 야외도 아니고 지하인데 굳이 그런 것까지 필요한가 싶기도 하고. 어차피 예산은 정해져 있으니 적당히 타협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인근 구로구 쪽에서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는 곳을 불렀는데, 견적서 받아보고 나니 또 마음이 바뀌더라. 가격이 너무 저렴하면 나중에 금방 벗겨질까 봐 걱정되고, 비싼 곳은 거품 같고. 이게 참 묘한 심리다. 결국 관리실에서 추천해준 업체랑 계약했는데, 결제 금액은 대략 180만 원 정도 나왔다. 중간 정도 되는 금액인데 만족스럽게 될지는 사실 시공 끝나봐야 아는 거라 반은 포기했다.

폴리우레아냐 일반 페인트냐 하는 고민

시공 전날 담당자가 와서 보더니 폴리우레아 소재로 하는 게 유지력이 좋다고 권했다. 당연히 가격은 올라가고.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기억으로 이게 내구성은 좋은데 냄새가 며칠 간다는 말이 있어서 좀 망설여졌다. 사실 우리 주차장에 장애인 시설 근처에는 좀 더 확실하게 보행자 안전 통로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런 디테일까지 챙겨줄지 의문이 들었다. 폴리우레아 작업이 보기엔 깔끔해도 나중에 보수할 때 좀 번거롭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일단 하겠다는 사람 의견을 듣는 게 맞나 싶어 그냥 넘겼다. 막상 작업을 시작하니 냄새가 생각보다 독하긴 했다. 지하 주차장이라 환기도 잘 안되는데, 작업하시는 분들이 마스크 하나 쓰고 묵묵히 칠하는 걸 보니 내가 너무 까탈스럽게 구는 건가 싶기도 했다.

예상치 못했던 미끄럼 방지와 반사경 문제

차선 도색을 하다 보니 입구 쪽에 설치된 반사경도 너무 지저분해 보였다. 이것도 같이 교체할까 물어봤더니 반사경 하나 교체하는 것도 견적이 꽤 나온다. 원래는 차선만 칠하려고 했던 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기분이었다. 영유아 거치대나 안내 표지판도 노후된 게 많아서 교체하고 싶었는데, 일단 예산 부족으로 차선 도색이랑 보행자 라인만 하기로 했다. 나중에 보니 주차장 바닥에 미끄럼 방지 포장을 새로 한 부분은 확실히 마찰력이 좋아 보이긴 하는데, 이게 며칠 뒤면 또 먼지 쌓여서 똑같아지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깨끗해지니까 이제는 또 벽면의 곰팡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마무리는 늘 아쉬운 법이다

작업은 예정보다 이틀 더 걸렸다. 인력 수급 문제였는지 날씨 탓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안내된 기간보다 늦어지니 불편함은 온전히 입주민 몫이다. 다 끝나고 나서 둘러보니 확실히 노란 선은 선명해졌다. 그런데 주차장 한 구석, 기둥 옆의 좁은 공간은 붓질이 덜 되었는지 페인트가 뭉쳐서 굳어 있었다. 다시 말해서 수정해달라고 할까 하다가 그냥 두기로 했다. 어차피 1년 지나면 타이어 자국 남고 더러워질 텐데 뭘. 완벽한 결과물을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돈 쓴 만큼의 개운함은 덜한 것 같다. 외창 청소까지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건 또 몇 년 뒤로 미뤄야지 싶다. 뭔가 끝났는데도 숙제를 다 못 마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댓글 1
  • 폴리우레아 때문에 냄새 걱정은 솔직히 좀 심하더라구요. 특히 지하 주차장 환기 생각하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