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 우레탄 한번 발라보겠다고 덤볐다가 며칠을 고생했다

옥상에 우레탄 한번 발라보겠다고 덤볐다가 며칠을 고생했다

시작은 아주 가벼운 마음이었다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지나 싶더니 옥상 바닥에 미세하게 금이 간 게 눈에 들어왔다. 작년 여름에 비가 하도 많이 와서 걱정은 하고 있었는데, 막상 눈으로 갈라진 틈을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급해졌다. 옥상 전체를 다 뜯어고치는 건 엄두도 안 나고, 그냥 철물점에서 파는 우레탄 방수제 몇 통 사다가 슥슥 바르면 되겠지 싶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주말 이틀이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거의 일주일 동안 옥상과 현관을 들락거려야 했다.

청주 어딘가 철물점에서 사 온 우레탄 방수제

동네 근처 가게에 들러서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사장님이 하시는 말씀이 가관이었다. 그냥 바르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바닥 청소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를 하시는 거다. 우레탄 방수제가 생각보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18리터 말통 하나에 10만 원이 훌쩍 넘어가니까, 몇 번 붓질할 생각으로 갔다가 지갑 사정부터 계산하게 됐다. 결국 그럭저럭 쓸만한 걸로 골라 집어 왔는데, 들고 오는 것도 일이었다. 차 트렁크에 싣고 올라오면서도 이걸 내가 진짜 다 바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옆에 보니 실리콘 방수재나 에폭시 퍼티 같은 것도 있던데, 처음에는 싼 걸로 해결해 보려고 했던 게 조금 후회되기도 했다.

샌딩과 청소의 늪에서 허우적대기

막상 옥상에 올라가서 바닥을 쓸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상태가 안 좋았다. 지난 몇 년간 그냥 방치해뒀더니 이끼도 끼고 먼지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단순히 빗자루로 쓸고 물 뿌리는 수준이 아니었다. 와이어 브러시로 벅벅 문지르는데 팔이 빠지는 줄 알았다. 특히 금이 간 틈새에는 흙먼지가 가득해서 이걸 제대로 안 파내면 나중에 우레탄 코팅을 해도 금방 뜬다고 하길래 정말 열심히 파냈다. 한 3시간 정도 쭈그리고 앉아서 청소만 했는데, 허리가 펴지지 않았다. 그때 옆집 아저씨가 올라와서 구경하더니 혀를 차시더라. 그냥 업체 부르는 게 돈 아끼는 거라고 하시는데, 이미 페인트는 사 왔고 돌아갈 길은 없었다.

롤러질은 생각보다 훨씬 체력이 많이 든다

청소를 다 끝내고 하루를 꼬박 말렸다. 바닥이 물기 없이 바짝 말라야 한다길래 다음 날 오후까지 기다렸다가 작업을 시작했다. 우레탄 방수제를 통에 붓고 롤러로 밀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그런데 옥상이 생각보다 넓다. 한 칸씩 칠하다 보면 금방 허리가 다시 아파오고, 햇볕은 점점 뜨거워졌다. 도구도 싼 걸 샀더니 롤러에서 털이 자꾸 빠져서 바닥에 붙어버렸다. 이거 떼어내느라 또 진땀을 뺐다. 하도(프라이머) 바르고 중도 바르고 상도 바르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데, 중간에 섞는 비율 맞추는 것도 눈대중으로 하려니 불안했다. 전문가들이 하면 금방 끝날 일을 땀범벅이 되어서 하고 있으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했다.

결국 다 끝내고 나서의 묘한 기분

사흘째 저녁에 마지막 상도 페인트까지 다 바르고 나니 온몸에 근육통이 왔다. 겉보기에는 그래도 그럴싸하게 초록색으로 덮이긴 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롤러 자국도 그대로 남았고, 구석진 곳은 붓질이 덜 되어 희끗희끗하다. 잘 된 건지 잘 안 된 건지 지금 당장은 알 수가 없다. 다음번에 비가 크게 한 번 와봐야 제대로 된 건지 알 수 있겠지. 돈은 돈대로 쓰고 몸은 몸대로 고생했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직접 했다는 뿌듯함이 아주 조금은 남았다. 다만 다음에 또 하라고 하면 글쎄, 그때는 정말로 업체를 부를 것 같다. 옥상에 올라갈 때마다 내가 바른 부분들을 보게 되는데, 생각보다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