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바닥 갈아내다가 결국 업체 불렀다

지하주차장 바닥 갈아내다가 결국 업체 불렀다

처음에는 셀프로 시작해보려 했다

지인 사무실 창고 겸 작업 공간 바닥이 아주 엉망이었다. 예전에 누군가 대충 덧칠해놓은 에폭시가 여기저기 들떠서 신발 밑창에 쩍쩍 달라붙을 정도였으니까. 처음에는 굳이 비싼 돈 들여서 업체 부를 것 있나 싶었다. 며칠 시간을 내서 직접 다 긁어내고 다시 바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인터넷에서 에폭시 라이닝 두께를 2mm 정도 잡으면 꽤 튼튼하다는 글을 봤거든. 울산에 있는 어떤 아파트 지하주차장 도장 공사할 때 퍼티 공정을 빼고 예산을 아꼈다는 뉴스도 봤는데, 나도 그렇게 하면 되겠지 싶었다. 장비도 그냥 철물점에서 대충 빌려서 쓰면 될 것 같았고 말이다.

낡은 에폭시 제거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더라

막상 시작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제거기로 바닥을 밀어내는데, 이게 단순히 들뜬 부분만 벗겨지는 게 아니었다. 밑바닥 콘크리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가루가 계속 올라오고, 어디는 너무 단단하게 붙어있고 어디는 그냥 손으로도 툭툭 떨어졌다. 유리 연마하듯 매끄럽게 갈아내는 게 목표였는데, 웬걸, 먼지가 진짜 감당이 안 됐다. 마스크를 두 겹이나 썼는데도 콧속이 온통 잿빛이었다. 하루 종일 쭈그리고 앉아서 작업을 하다 보니 허리가 끊어질 것 같더라. 오후 3시쯤 되니까 ‘이걸 내가 왜 시작했나’ 싶은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습도 체크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지

작업하면서 가장 간과했던 건 습도였다. 콘크리트 바닥 습도가 6% 이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듣긴 했는데, 그냥 손으로 만져보고 대충 말랐겠거니 하고 넘어갔던 게 문제였다. 에폭시 코팅제는 습기에 정말 예민하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사실 시공 하자가 대부분 여기서 발생한다더라. 며칠 뒤에 하도를 발라보고 상도를 올릴 계획이었는데, 이미 기초 공사 단계에서부터 내가 놓친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중도 작업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했는데, 내 방식대로 하려니 구멍이 숭숭 뚫린 셈이다.

결국 비용과 시간이 더 들었다

결국 이틀을 꼬박 고생하고 나서 바닥 상태를 보니 오히려 더 엉망이 되어 있었다. 에폭시를 다 벗겨내지도 못하고 군데군데 흉하게 자국만 남았다. 고민 끝에 결국 지역에서 바닥 시공 좀 한다는 분을 불렀다. 상담하는데 민망하더라. 이미 내가 긁어놓은 자국들을 보시더니 한숨을 쉬시는데 할 말이 없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불렀으면 전체 면적 60평 기준으로 며칠이면 끝날 일이었는데, 내가 헛수고를 하는 바람에 비용도 더 들어가고 시간은 일주일이나 더 걸렸다. 요즘 건설 쪽 물가도 많이 올랐다고 들었는데, 괜히 어설프게 아끼려다 돈만 더 쓴 꼴이다.

마무리하고 나서도 영 찜찜하다

시공하시는 분들이 와서 장비 돌리는 소리를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었다. 내가 했던 작업이랑은 소리부터 다르더라. 묵직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나더니 금세 바닥이 평평하게 잡혔다. 나는 왜 그렇게 먼지 뒤집어써 가면서 고생을 했을까. 다 마무리된 바닥을 보니까 깨끗하긴 한데, 왠지 또 금방 들뜰 것 같고 크랙이 생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다음에는 그냥 처음부터 전문가에게 맡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사실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정도는 내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고민할지도 모르겠다. 참 사람 마음이라는 게 간사하다.

댓글 1
  • 콘크리트 밑바닥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계속 가루가 올라오는 게 안타깝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더 공감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