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창틀에서 시작되는 찜찜한 걱정

비만 오면 창틀에서 시작되는 찜찜한 걱정

어설픈 실리콘 덧방으로 해결될 줄 알았는데

거실 창틀 아래쪽 벽지에 얼룩이 번지기 시작한 건 작년 장마 무렵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창문을 덜 닫았나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이게 비만 오면 어김없이 눅눅해지니 슬슬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관리사무소에 물어보니 외벽 실리콘이 노후화된 것 같다고, 옥상에서 로프 타고 내려오는 업체 하나를 소개해 주더라. 비용은 대략 30만 원에서 40만 원 사이였는데, 당장 눈에 보이는 누수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예약부터 잡았다. 그런데 막상 작업하시는 분이 오셔서 기존 실리콘을 대충 긁어내고 위에 새 실리콘을 쏘는 걸 보고 있자니, 저게 정말 튼튼하게 붙어있을까 싶어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줄눈 컷팅까지 정교하게 들어가는 건 기대도 안 했지만, 작업 시간도 생각보다 너무 짧았다. 2시간 정도 지났나, 작업이 끝났다며 쿨하게 철수하시는데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가 싶기도 하고.

시간이 갈수록 드러나는 하자들

작업하고 나서 한 달쯤 지났을까. 윗집이랑 우리 집 사이 외벽 판넬 이음새 쪽에서 또다시 빗물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이번엔 실리콘 문제가 아니라 아예 판넬 자체가 조금 들뜬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사실 아파트가 15년 차를 넘어가다 보니 외벽 곳곳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한 지는 꽤 되었다. 처음에는 실리콘 코킹만 새로 하면 괜찮을 거라던 업체 사장님 말만 믿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안일했다. 돈은 돈대로 썼는데 문제는 그대로라니. 요즘은 비가 오면 습관적으로 베란다 창틀 주변에 신문지를 깔아둔다. 이게 무슨 원시적인 방법인가 싶으면서도, 업체에 다시 전화해서 재시공을 요구하는 과정이 너무 피곤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천장 누수와 바닥까지 번진 불안함

더 골치 아픈 건 베란다 천장까지 곰팡이 포자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아파트 벽 누수가 처음에는 창틀 실리콘 문제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는 외벽 전체 방수가 제대로 안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옆 동 사는 지인은 작년에 외벽 방수 접착제를 직접 사서 보수를 했다던데, 높은 곳에 올라가는 건 무리라 엄두도 못 낸다. 전문 업체에 맡겨도 제대로 해결이 안 되는데, 내가 직접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사실 공장 바닥 페인트칠이나 간단한 보수는 직접 해본 적이 있어서 처음엔 자신감이 있었는데,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대리석 수리나 외벽 크랙 보수는 장비부터가 전문가용이 있어야 하니 말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찝찝함

결국 업체에 한 번 더 연락을 넣긴 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꼼꼼하게 봐달라고 부탁했는데, 솔직히 기대는 크게 안 한다. 작업자가 와서 하는 말이 ‘오래된 건물이라 어쩔 수 없다’는 식이면 또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예전에 의왕시나 계양구에서 지원해 주는 노후 공동주택 집수리 사업 기사를 본 기억이 나서 찾아봤는데, 우리 아파트는 그 대상도 아니더라. 결국 이런저런 지원 사업이 있어도 정작 내 상황과는 거리가 멀 때가 많다. 다음 주에 또 비 소식이 있는데, 이번에도 창틀 주변에 물기가 비치면 그때는 진짜 다른 업체를 알아봐야 하나 고민이다. 처음부터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제대로 된 시공을 했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30만 원이라는 돈이 적은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해결이 안 된 거니 기회비용을 날린 셈이다. 아직도 거실 창틀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

댓글 2
  • 벽지 얼룩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거,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마음 이해해요. 오래된 건물 특성상 이런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니까.

  • 저도 오래된 건물 때문에 비슷한 걱정을 많이 해요. 꼼꼼하게 확인 부탁드린다고 했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으면 답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