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 우레탄 방수제를 바르다 꼬여버린 주말

옥상에 우레탄 방수제를 바르다 꼬여버린 주말

시작은 가벼운 마음이었다

날씨가 갑자기 맑아진 주말 아침이었다. 옥상 한구석에 물이 조금씩 고이는 게 계속 마음에 걸렸던 터라, 이번에는 직접 해결해보겠다며 큰소리를 쳤다. 사실 예전에 관리소장님한테 들었던 옥상 방수 공사비가 좀 부담스럽기도 했다. 정확한 견적을 받아본 건 아니지만, 아파트 공용부 보수 공사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들리는 금액들이 억 단위니, 우리 집 옥상 정도는 몇십만 원 선에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우레탄 방수제는 근처 철물점에서 통으로 된 걸 사 왔는데, 이게 생각보다 묵직해서 옥상까지 들고 올라가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비율 맞추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통에 적힌 설명서를 보면 경화제 비율이 생명이라고 써 있다. 처음에 나는 눈대중으로 대충 섞으면 되겠지 싶었다. 그런데 이게 섞다 보니 벌써부터 냄새가 독하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방용 저울이라도 가져올걸, 왜 그냥 감으로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는지 모르겠다. 경화제를 조금 더 부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이게 비율이 조금만 안 맞아도 끈적하게 남거나 아예 굳질 않는다고 한다. 결국 집에 있는 낡은 종이컵을 사용해서 계량을 다시 했는데, 이미 섞어버린 페인트는 농도가 좀 이상해진 것 같았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느낌이랄까.

바닥 면 처리는 도대체 왜 이렇게 힘든가

바닥이 깨끗해야 잘 발린다고 해서 전날 밤에 미리 빗자루질을 빡빡했다. 근데 묵은 때가 생각보다 쉽게 안 지워진다. 예전에 다른 곳에서 본 글에는 본드 제거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나는 그냥 물걸레질만 대충 하고 말았다. 이게 문제였을까. 페인트를 바르기 시작한 지 30분도 안 돼서 바닥 곳곳에 기포가 올라오는 게 눈에 보였다. 특히 배수구 주변은 제대로 말리지도 않고 발랐는지, 붓질을 하면 할수록 엉겨 붙는 기분이다. 나중에 누군가 옥상 방수 전문 업체를 부르면 이 바닥 긁어내는 비용이 더 많이 나온다고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내 노동력도 노동력인데, 재료비는 재료비대로 쓰고 옥상 상태는 더 안 좋아진 건 아닌지 걱정부터 앞섰다.

기대와는 다르게 우글거리는 바닥

오후가 되니 햇빛이 옥상으로 내리쬐기 시작했다. 보통은 그늘에서 작업해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마음이 급해서 그냥 땡볕 아래서 발랐다. 이게 화근이었을까. 페인트가 너무 빨리 마르면서 여기저기 울퉁불퉁해졌다. 특히 한쪽은 붓 자국이 너무 선명하게 남아서 마치 누군가 장난을 쳐놓은 것 같다. 동탄이나 강남 쪽 아파트 옥상 방수 공사 사진을 보면 그렇게 매끈하게 잘만 나오던데, 전문가들이 하는 장비랑 일반인이 하는 거랑은 역시 차원이 다른가 보다. 경화제 비율을 맞추느라 애를 썼는데도 일부분은 아예 녹아내린 것처럼 우글거려서 마음이 참 복잡하다.

끝나지 않은 고민

해는 지고 팔은 후들거린다. 어차피 옥상이라 아무도 안 볼 곳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여보지만, 배수구 쪽 마감이 영 개운치가 않다. 이게 비가 오면 물이 잘 빠져야 할 텐데, 괜히 더 막아놓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옥상 한쪽 끝에 남은 페인트 통을 보니 내일 이걸 다 처리할 수 있을까 싶다. 무면허 업체가 와서 엉망으로 해놓고 도망갔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직접 해보니 이게 왜 전문 영역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일단은 이렇게 마르기를 기다려볼 생각이다. 잘 마르기만 하면 다행일 텐데, 며칠 뒤에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이 가시질 않는다. 다음번엔 그냥 사람을 부르는 게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까, 계속 그 생각만 머릿속을 맴돈다.

댓글 1
  • 종이컵 계량하는 모습 정말 공감되네요. 저도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있어서 그런 경험이 낯설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