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흐르던 베란다 틈새 물줄기를 결국 돈 들여 막았다

비만 오면 흐르던 베란다 틈새 물줄기를 결국 돈 들여 막았다

비만 오면 베란다 타일 바닥에 고이던 기분 나쁜 물줄기

여름 장마철도 다 지난 가을 초입이었는데, 유독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비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거실에서 조용히 TV를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툭, 툭 하고 물방울 떨어지는 기분 나쁜 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베란다로 나가보니 창틀 아랫부분 실리콘 주위에서 물이 조금씩 흘러나와 타일 바닥으로 번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환기 시킨다고 문을 덜 닫았나 싶어서 손잡이를 꽉 움켜쥐고 닫아봤지만, 흘러나오는 물줄기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시멘트와 창틀 경계선 사이에서 스며 나오는 양이 점점 늘어났다.

우리 집은 아파트 14층 베란다인데, 바깥쪽 높은 곳에서 물이 타고 내려와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대충 휴지로 닦아내고 돌아서면 몇 분 뒤에 다시 한강이 되어 있어서 걸레 서너 장을 계속 짜내며 바닥을 닦아야 했다. 윗집에서 배관이 터져서 새는 건지, 아니면 우리 집 외벽 쪽에 금이 가 흘러드는 건지 혼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느라 그날 밤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물어봤더니, 개별 세대의 창틀 실리콘 노화 때문에 발생하는 누수는 관리소 소관이 아니라 개인이 직접 업체를 알아보고 고쳐야 한다는 다소 뻔하고 차가운 답변만 돌아왔다. 눅눅해진 베란다 바닥과 젖은 벽지를 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직접 메워보겠다고 다이소 실리콘을 들고 설쳤던 날들

처음부터 몇십만 원씩 하는 큰돈을 쓰고 싶지 않아서 셀프 보수 방법을 미친 듯이 검색했다. 인터넷 블로그나 동영상들을 보니 다들 실리콘만 틈새에 잘 쏴주면 초보자도 쉽게 물새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하길래 솔깃했다. 곧바로 집 앞 다이소에 가서 4천 원짜리 일반 다목적 투명 실리콘이랑 실리콘 건, 헤라를 사 왔다. 대충 물기를 닦아내고 삭아서 덜렁거리는 기존 실리콘 위에 그대로 덧방을 치며 틈새를 마구잡이로 메우기 시작했다. 끈적거리는 실리콘 액이 손바닥과 방충망 여기저기에 묻어 끈적이고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틈새가 가려지는 것을 보며 나름대로 뿌듯해했다.

하지만 그 주 주말에 다시 세찬 비가 내렸을 때 내 어설픈 노력은 완전히 물거품이 됐다. 내가 실리콘을 덕지덕지 발라놓은 틈새 바로 옆쪽, 더 깊은 구석에서 물이 뿜어져 나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내가 썼던 일반 다목적 실리콘은 외벽의 가혹한 온도 변화나 강한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금방 들떠버린다고 한다. 외부 전용으로 나오는 창호 실란트는 신축성이 훨씬 좋고 접착력이 강해서 콘크리트가 수축하고 팽창할 때도 버텨주는데, 뭣도 모르는 초보가 실내용 실리콘을 발라놨으니 당연히 틈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안쪽에서 아무리 막아봐야 바깥쪽 외벽과 창틀 사이의 원천적인 틈을 메우지 않으면 물길은 어떻게든 우회해서 들어온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결국 전문 코킹 업체를 부르고 예약 날짜를 잡기까지의 기다림

결국 내 손으로 해결하겠다는 미련은 접어두고 지역 맘카페와 숨고 같은 플랫폼을 뒤져서 외벽 코킹 전문 업체를 알아봤다. 서너 군데 전화를 걸어 견적을 문의해 보니 가격이 생각했던 것보다 꽤 비싸서 놀랐다. 창틀의 가로 세로 길이와 베란다 면적에 따라 요금이 책정되는데, 우리 집 기준으로 보통 45만 원에서 50만 원 선을 불렀다. 푼돈 좀 아끼려다가 오히려 몸만 고생하고 더 큰 돈을 지출하게 생겨서 속이 쓰렸지만, 만약 방치했다가 아랫집 천장까지 누수가 번져 도배비까지 물어줘야 하는 최악의 상황보다는 나을 것 같아 눈물을 머금고 예약하기로 했다.

돈을 낸다고 해서 바로 공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외벽 코킹은 날씨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은 물론이고, 비가 그친 직후 콘크리트가 젖어 있는 상태에서도 시공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바람이 세게 부는 날도 기사님이 밧줄을 탈 수 없어 작업이 미뤄진다고 했다. 앞에 대기하고 있는 예약자들까지 밀려 있어서 실제 기사님이 방문하기까지 거의 10일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 기다리는 기간 동안 밤마다 혹시 또 비가 쏟아져서 물바다가 되지 않을까 일기예보 앱만 수십 번 들여다보며 신경질적인 하루하루를 보냈다.

밧줄을 타고 내려오신 기사님의 외벽 작업 과정과 먼지 소음

약속한 당일 아침 일찍 우락부락한 장비를 든 기사님이 방문하셨다. 옥상 열쇠를 관리소에서 받아 올라가시더니 이내 우리 집 안방 창문 너머로 굵은 밧줄이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14층이라는 아찔한 높이에서 오직 줄 하나에 의지해 대롱대롱 매달려 작업하시는 모습을 보니 밑을 내려다보는 내가 다 식은땀이 흘렀다.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자마자 온 집안이 떠나갈 듯한 기계 소음이 울려 퍼졌다. 그냥 실리콘을 바르는 게 아니라, 기존에 삭아서 먼지가 된 실리콘 잔해들을 칼과 그라인더로 전부 긁어내는 전처리 작업이 필수라고 하셨다.

이때 발생하는 삭은 실리콘 가루와 시멘트 먼지가 바람을 타고 베란다 방충망과 유리창에 사정없이 튀었다. 작업 시간은 대략 2시간 반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먼지가 들어올까 봐 베란다 문을 꽉 닫고 있었지만 미세하게 풍기는 매캐한 실리콘 냄새와 시멘트 냄새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유리창 너머로 기사님이 실리콘 총을 쏘며 두툼하게 헤라로 밀어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내가 안쪽에서 낑낑대며 쏘던 것과는 스케일이 달랐다. 손가락 두 개 두께는 족히 되어 보이는 회색 실리콘 밴드가 창틀과 건물 외벽 경계선을 덮어버리듯 꼼꼼하게 채워졌다.

돈을 썼음에도 비 소식만 들리면 베란다로 가보게 되는 습관

작업이 모두 끝나고 기사님은 3년 동안은 무상으로 애프터서비스가 가능하다며 영수증을 끊어주고 떠나셨다. 통장에서 45만 원이 이체되는 것을 보며 속이 쓰리면서도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안도감이 교차했다. 베란다 창틀 아래 바깥쪽을 보니 이전의 지저분하게 갈라져 있던 틈새들이 회색 실리콘으로 두껍게 덮여 있어 육안으로는 아주 튼튼해 보였다. 지저분하게 튄 실리콘 가루와 먼지들을 청소기 부속품을 갈아끼워 가며 쓸어내느라 꼬박 1시간을 허비하고 나니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갔다.

공사를 끝마친 지 벌써 몇 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요즘도 일기예보에서 비 소식이 들리면 나도 모르게 베란다 창틀 쪽으로 발걸음이 향한다. 물이 줄줄 새어 나오던 창틀 구석진 시멘트 벽면을 손가락으로 꾹 눌러보며 축축한 물기가 묻어 나오는지 확인하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만약 건물 자체 콘크리트 내부 균열로 인한 누수라면 외벽 실리콘을 아무리 새로 칠해도 소용이 없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본 기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돈은 돈대로 쓰고 몸 고생도 했지만, 완전히 해결되었다는 확신 없이 비 올 때마다 가슴을 졸여야 하는 찝찝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댓글 1
  • 창틀 주변 시멘트 벽을 만져보려니, 균열이 생기면 실리콘으로 덮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말씀이 계속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