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외벽 도색 공고문을 보며 드는 생각들

아파트 외벽 도색 공고문을 보며 드는 생각들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 붙은 공고문을 봤다. 다음 달부터 우리 아파트 외벽 도색 작업을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보통 5년인가 7년마다 돌아오는 일이라 새로울 것도 없는데, 이번엔 유독 마음이 좀 무겁다. 뉴스에서 아파트 도색 작업과 관련해서 안 좋은 소식들을 자주 접해서 그런지, 창밖으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작업자분들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실제로 얼마 전 창원 쪽에서 작업 중에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는 기사를 봤을 때도, 이게 참 남의 일 같지가 않더라. 달비계 하나에 의지해서 30층 높이에서 버티는 게 보통 일은 아닐 텐데, 여름철 폭염 경보까지 내린 날에는 그 아래를 지나가는 것조차 눈치가 보인달까.

페인트 냄새와 주차장 문제

사실 도색 공사가 시작되면 겪게 될 자잘한 불편함들이 더 걱정이다. 당장 내 차가 문제다. 예전에 한번 아파트 외벽 도색할 때 차에 페인트가 날려서 고생한 적이 있다. 관리사무소에 가서 항의도 해보고 업체에도 따져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비슷했다.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 결국 내 자동차 보험으로 처리하고 구상권 청구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는데, 그 과정이 정말 피곤했다. 이번에는 제발 페인트가 차에 튀지 않게 비닐 보양이라도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는데, 요즘 인건비나 재료비가 올라서 그런지 공사비도 예전보다 꽤 올랐다고 하더라. 우리 동네는 대략 한 세대당 관리비에 추가로 몇십만 원 정도 더 걷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돈은 돈대로 나가고 차는 엉망이 될까 봐 벌써부터 신경이 쓰인다.

낡은 벽면과 실내의 괴리

밖에서 보면 새로 칠한 벽이 깔끔해 보이긴 한다. 그런데 안쪽 사정은 또 다르다. 우리 집 베란다 벽면은 이미 결로 때문에 페인트가 다 들뜨고 난리도 아니다. 아파트 외벽 도색할 때 옥상 방수나 외벽 균열 보수도 같이 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우리 집 안쪽 벽면은 개인이 다 알아서 해야 하는 거니까. 얼마 전에 셀프로 좀 해보겠다고 벤자민무어 페인트도 알아보고 아크릴 퍼티까지 사두었는데, 막상 뜯어보니 일이 너무 커져서 아직도 베란다 구석에 처박혀 있다. 전문가가 와서 하는 도색도 저렇게 시끄럽고 위험해 보이는데, 이걸 혼자서 칠하고 말리고 하다 보면 결국 먼지만 뒤집어쓰고 끝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관리사무소와의 관계

이번 공사를 두고 입주민 대표 회의랑 관리실 사이에서도 말이 많은 모양이다. 공사비가 왜 이렇게 책정됐는지, 업체 선정은 투명한지 매번 시끄럽다. 누군가는 횡령 의심까지 하고, 사소한 레벨 게이지 고장 하나로도 관리실이랑 비대위가 싸우는 걸 보면 기운이 빠진다. 사실 공사라는 게 사람 사는 곳에서 꼭 필요한 유지보수인데, 왜 이렇게 매번 누군가 희생하거나 갈등이 생기는 건지 모르겠다. 며칠 전에는 지하에 쌓아둔 인화물질 때문에 큰일 날 뻔했다는 뉴스까지 봤으니, 관리실 앞을 지날 때마다 괜히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앞으로 남은 시간들

공사는 이제 곧 시작될 거고, 아마 한 달 동안은 매일 아침 창밖에서 들려오는 로프 긁히는 소리에 깨게 될 거다. 환기도 제대로 못 하고, 빨래도 마음 편히 못 널어두는 일상이 한 달은 이어지겠지. 딱히 더 나은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관리사무소에서 공지한 대로 차 옮기고, 창문 꽁꽁 닫고 버티는 수밖에. 이 공사가 끝나면 아파트 외관은 좀 깨끗해지겠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불편함이 남을 것 같다. 공사가 끝나고 나면 정말 깔끔해지긴 할까? 아니면 또 페인트 냄새 때문에 한참을 고생해야 할까. 그냥 이번에는 아무 일 없이, 다치시는 분 없이 무사히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