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창틀 아래에서 물이 배어 나왔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창틀 아래에서 물이 배어 나왔다

처음에는 단순히 창문을 덜 닫은 줄 알았다

지난달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거실 베란다 쪽 창틀 아래 벽지가 묘하게 젖어 있는 걸 발견했을 때, 나는 그저 최근에 내가 창문을 꽉 닫지 않았나 보다 싶었다. 습기가 많은 날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애써 합리화하며 휴지로 물기를 닦아내는 정도로 끝냈다. 그런데 다음 날 비가 세차게 내리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창틀 아래쪽 실리콘 마감 부분에서 물방울이 아주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었다. 바닥 에폭시를 새로 칠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물이 바닥을 타고 흐르는 걸 보니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게 얼마나 큰 공사로 이어질지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동네 업체를 부르기까지 고민했던 시간들

사실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방수 스프레이나 침투식 액체 방수제 같은 걸 찾아봤다. 비용도 몇만 원이면 해결될 것 같았고, 내가 직접 하면 인건비도 아낄 수 있을 거라는 얄팍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외벽의 상태가 생각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드라이비트 외벽 쪽 일부가 갈라져 있었는데, 이걸 일반인이 사다리 하나에 의지해서 보수한다는 건 무모한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외벽 누수는 단순히 안에서 실리콘 몇 번 쏘는 걸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글들을 읽고 나니 밤잠을 설쳤다. 결국 마포구 근처에서 방수 공사를 한다는 업체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하나같이 비가 오는 날에는 작업이 어렵다는 말뿐이었다. 이미 누수가 진행 중인데 날씨 탓만 하는 상황이 얼마나 답답하던지.

견적과 현실 사이의 괴리

겨우 일정을 잡은 업체 사장님은 현장에 오자마자 창틀 누수는 외벽 방수 실리콘 작업이 기본이라고 했다. 비용은 대략 50만 원에서 많게는 80만 원 정도를 불렀는데, 이게 적당한 건지 아니면 바가지를 쓰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다른 곳도 알아보고 싶었지만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옆집 아저씨는 예전에 본인이 직접 우레탄 방수액을 사서 옥상에 발랐다가 오히려 배수구를 막아버렸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내가 직접 하려던 마음은 완전히 사라졌다. 공사 당일, 줄을 타고 내려오는 작업자를 보는데 밑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났다. 저렇게 위험한 일을 하는 분들에게 돈 몇 푼 깎자고 덤볐던 게 부끄러워졌다.

작업은 생각보다 금방 끝났지만 불안함은 여전하다

외벽 실리콘을 새로 쏘고 창틀 주변의 균열을 메우는 데 걸린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대략 3시간 정도 소요된 것 같은데, 공사가 끝나고 나니 겉보기에는 아주 깔끔해졌다. 그런데 정말 이대로 누수가 잡힌 걸까? 며칠 뒤 태풍이 온다는 예보를 듣고 나니 다시 마음이 불안해졌다. 안에서 벽지를 다 뜯어내고 확인을 해본 것도 아니고, 겉면만 처리한 건데 혹시 내부에 물이 차 있는 건 아닌지 궁금했다. 작업자분은 물길을 막았으니 이제 괜찮을 거라 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벽체 속의 문제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았다. 공사비로 나간 현금을 생각하면 당분간은 아무 일도 없길 바랄 뿐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들

누수를 겪고 나니 이제는 비가 오기만 하면 베란다 창틀 쪽을 습관적으로 쳐다보게 된다. 이게 트라우마라면 트라우마일까. 건물이라는 게 참 연약하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이번에 겪은 건 단순한 창문 누수였지만, 나중에 더 큰 공사가 필요해지면 그때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 요즘 유행하는 건축 관련 예능을 봐도 다들 방수 공사에 얼마나 애를 먹는지 뻔히 보이는데, 내가 직접 겪고 나니 그게 단순히 예능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실감 난다. 오늘 밤에도 비 예보가 있는데, 제발 내일 아침에 물기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어쩌면 이게 방수 공사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겁다.

댓글 2
  • 외벽 상태가 생각보다 훨씬 좋지 않다는 게 인상적이네요. 제가 살던 곳도 드라이비트 외벽이라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 외벽 갈라짐 때문에 배수구 막힌 이야기 듣고 직접 하려던 생각 완전히 접었네요. 이런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미리 파악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