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페인트 붓을 다시 잡게 된 건 순전히 내 오기였다
베란다 구석에 핀 곰팡이와 마주한 주말 거창하게 인테리어를 새로 하겠다는 건 아니었다. 그저 베란다 창가 쪽으로 습기가 맺히고, 그게 마르면서 거뭇하게 변해가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을 뿐이다. 처음엔 동네 페인트 가게에서 대충 이름 좀 알려진 무독성 친환경 페인트라며 추천받은 제품을 덥석 집어 왔다. 가격은 4리터 한 통에 4만 5천 원 정도 했던가. 방문 페인트칠을 할 때 썼던 것보다 훨씬 비싸다고 느꼈지만, 냄새가 덜 난다는 말에 홀린 듯 결제했다. 그때만 해도 금방 끝날 줄 알았다. 창문 근처는 워낙 좁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