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낡은 창틀과 묵은 먼지의 싸움
며칠 전부터 마음을 먹고 있었다. 거실 창틀이 너무 더러워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걸레로 슥 닦으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창틀 구석에 쌓인 건 그냥 먼지가 아니라 거의 퇴적층 수준이었다. 예전에 뉴스에서 창틀 먼지를 제때 안 닦으면 바람 타고 그대로 실내로 들어온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는데, 막상 젖은 걸레를 대보니 시커먼 덩어리들이 묻어 나오는데 기분이 참 묘했다. 이게 다 내가 숨 쉬는 공기 속에 섞여 있었다니.
칫솔과 실리콘 청소솔의 한계
집에 굴러다니는 못 쓰는 칫솔을 가져와서 열심히 문질렀다. 사실 처음에는 좀 만만하게 봤다. 다들 욕실 물때 지우는 것처럼 하면 금방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창틀 좁은 틈은 칫솔로도 잘 안 닿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다이소에서 산 실리콘 청소솔까지 동원해 봤지만, 결국 틈새에 낀 찌든 때는 잘 빠지지 않았다. 1만 원 내외면 전문 유리 청소 업체에 맡길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땐 그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땀을 뻘뻘 흘리며 바닥에 엎드려 있는 꼴을 보니 그냥 전문가를 부를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도색 업체보다 먼저 해야 할 일
창문 상태를 보니 페인트가 다 벗겨져서 조만간 도색 업체를 한번 불러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 지저분한 창틀을 그대로 두고 도색부터 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벽지는 나중에 바꾸더라도 일단 이 묵은 먼지부터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에 오늘 하루를 다 썼다. 창문을 활짝 열고 청소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밖에서 들어오는 꽃가루랑 미세먼지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선풍기나 창문 관리를 강조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청소를 하면 할수록 공기가 깨끗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밖의 먼지를 실내로 불러들이는 기분이랄까.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는 쓰레기들
청소를 하다 보니 재활용 비닐봉투가 금방 꽉 찼다. 창틀에서 나온 먼지 뭉치와 닦아낸 물티슈, 그리고 베란다 구석에 처박혀 있던 이름 모를 플라스틱 쓰레기들까지 합치니 대용량 쓰레기통이 금방 차올랐다. 배달 음식 먹고 쌓아둔 빈 용기들까지 정리하느라 청소 시간은 자꾸만 길어졌다. 중간에 잠시 쉬려고 에어컨을 켜볼까 했는데, 아직 에어컨 필터 청소를 안 해서 퀴퀴한 냄새가 날까 봐 포기했다. 에어컨 청소는 또 언제 배우나. 유튜브 보면서 직접 해볼까 싶다가도, 또 몸이 고생할 생각에 벌써부터 피곤하다.
여전히 남은 찜찜함
결국 창틀을 반 정도 닦았을 때 해가 지기 시작했다. 다 닦지 못한 창틀을 보니 마음이 영 개운하지 않다. 깨끗하게 닦아낸 곳은 속이 시원한데, 손이 안 닿는 깊숙한 틈새에 남은 먼지들이 눈에 밟힌다. 내일 다시 할까, 아니면 그냥 살까. 아마 내일도 바쁘다는 핑계로 이 상태로 지내겠지. 도색 업체 문의는커녕 오늘도 집안일 하나 제대로 끝내지 못한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다음에는 진짜 그냥 돈 주고 사람 부르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는 생각만 자꾸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