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 시트지라도 붙여볼까 하다가 관둔 날

옥상에 시트지라도 붙여볼까 하다가 관둔 날

옥상 누수 때문에 시작된 고민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예전부터 비만 오면 옥상 쪽에서 꿉꿉한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긴 했는데, 이번 장마는 정말이지 참기가 힘들었다. 처음에는 이게 단순히 습기 때문인가 싶어서 제습기를 하루 종일 돌려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천장 구석에 거뭇하게 번진 자국을 보고 나니 더 이상 방치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주변에서 옥상방수시트지가 간편하고 효과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 기억나서, 처음에는 무작정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보기 시작했다. 가격대는 천차만별이었는데, 대충 저렴한 건 몇십만 원 선에서 해결될 것 같아 보였다. 업체 부르면 기본이 몇백만 원은 깨진다는 소리를 워낙 많이 들어서인지, 나도 모르게 ‘이거 직접 하면 되는 거 아냐?’라는 위험한 생각을 하게 된 거다.

판넬 지붕 위에서 마주한 현실

주말을 이용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우리 집은 지붕판넬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막상 올라가서 보니 상태가 생각보다 더 엉망이었다. 예전에 누군가 발라놓은 것 같은 회색 페인트는 다 벗겨져 있고, 판넬 이음새마다 틈이 쩍쩍 갈라져 있었다. 옥상방수시트지를 사서 붙이려고 해도 이 바닥 면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게 우선이라는데, 빗자루로 쓸어내리는 것만으로도 먼지가 엄청나게 났다. 알루미늄판넬 쪽은 녹이 슬어 있어서 시트지가 제대로 붙기나 할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일단 줄자로 길이를 재보는데, 옥상 면적이 생각보다 넓고 굴곡진 부분이 많아서 머리가 아파왔다. PVD 같은 건 전문가들이나 쓰는 것 같고, 일반용 시트지를 붙이려면 접착제도 따로 사야 할 텐데 그 비용이랑 노력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어깨가 뻐근해졌다.

시공 견적과 현실 사이의 괴리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공사 사례를 찾아보는데, 학교나 관공서에서 올린 공사 낙찰 정보들이 눈에 띄었다. 거기 적힌 금액들을 보니 800만 원, 혹은 3,000만 원까지 올라가는 걸 보고 헛웃음이 났다. 물론 거기는 규모가 다르겠지만, 단순히 시트지 한 장 붙이는 게 방수공사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셈이다. 크랙 보수부터 시작해서 프라이머 작업, 그리고 TPO 방수 같은 제대로 된 자재를 쓰려면 비용이 훨씬 더 올라간다. 나는 고작 50만 원 정도면 되겠지 싶었는데, 이래저래 다 따지면 업체에 맡기는 비용의 절반은 족히 나올 것 같았다. 그렇게 돈을 쓰고도 누수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면?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내 몫이 될 게 뻔했다.

그냥 두기로 한 건 아니지만

옥상 구석에 앉아서 한참을 고민했다. 시트지를 사서 붙이다가 실패하면 그 지저분해진 판넬을 걷어내는 비용이 더 들 텐데, 과연 내가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옆집 아저씨는 그냥 판넬 지붕을 하나 새로 올리는 게 속 편하다고 하시던데, 그건 또 비용이 얼마나 나올지 가늠조차 안 된다. 전세로 살 때도 벽지에 붙어있던 단열 시트지 하나 잘못 떼어내서 도배 다 해준 기억이 떠올랐다. 역시 집 문제라는 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결국 오늘 시공은 포기하고 다시 내려왔다. 옥상 한편에 굴러다니던 빈 페인트 통만 발로 툭툭 차다가 들어왔는데,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찜찜하다. 다음 주 비 소식이 있는데, 또 빗물이 샐까 봐 걱정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사람을 부르자니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고,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답이 나오지 않는다.

댓글 4
  • 벽지 시공할 때 겪었던 비슷한 경험이 있네요. 예상 못한 추가 비용 때문에 결국 다시 뜯어내고 도배해야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 벽지 시트지 붙인 기억이 정말 생생하네요. 벽지처럼 뜯어버리면 되나 싶다가도, 결국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까 봐 불안하더라고요.

  • 빈 페인트 통을 굴러다니게 하다니, 제가 집 수리할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예상 못한 작은 문제 때문에 시간 낭비하고 스트레스가 훨씬 더 크더라고요.

  •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벽지 시트지 붙이는 거 너무 꼼꼼하게 못 해서 결국 전문가 불러야 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