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면대 하부장 하나 바꾸려다 일이 커졌다
처음 시작은 아주 소박했다. 10년이 넘은 우리 집 화장실의 낡은 세면대 하부장이 눈에 들어온 게 화근이었다. 문짝 경첩은 녹이 슬어 덜렁거렸고, 수납장 안쪽은 습기 때문에 나무판이 살짝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냥 근처 건재상에서 적당한 사이즈의 세면대 하부장 세트를 사서 갈아 끼우면 금방 끝날 일이라 생각했다. 요즘은 온라인으로도 예쁜 제품이 워낙 많으니까. 가격대를 대충 훑어보니 20만 원에서 40만 원 사이면 꽤 괜찮은 디자인을 고를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실측을 해보니 이게 문제였다. 기존에 달려있던 배관 위치랑 새로 사려는 제품의 내부 공간이 딱 맞물리지 않는 거다. 하나를 바꾸려면 결국 배관을 손봐야 하고, 그럼 타일도 일부 깨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에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다.
욕실 수건장과 거울 사이의 애매한 높이
하부장 문제를 고민하다 보니 눈길이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갔다. 원래 있던 슬라이딩 거울 수납장인데, 이것도 10년이 지나니 테두리 거울 부분에 검은 반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보통 욕실 리모델링할 때 세트로 맞추는 게 깔끔하다는 소리를 들어서, 기왕 하부장을 손볼 거면 거울 수납장까지 같이 바꾸는 게 나을까 싶었다. 그런데 또 화장대 조명 거울처럼 예쁜 놈들을 찾아보니, 막상 우리 집 화장실 조명 배치랑 안 어울릴 것 같아 며칠을 고민했다. 수건장 하나 바꾸는 게 뭐가 이렇게 복잡한지 모르겠다. 남들은 그냥 툭 떼고 새거 달던데, 왜 우리 집은 벽면 타일 마감 상태가 이 모양인지. 거울집에 전화해서 유리 거울 제작 문의도 해봤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 같아 결국 장바구니에만 넣어두고 결제를 미루는 중이다.
비용과 현실 사이의 괴리
얼마 전 뉴스를 보니 부분 리모델링이 대세라고 하더라. 전체 공사는 비용도 수천만 원 단위로 깨지니까 엄두도 못 내고, 꼭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하는 패키지 같은 것들이 요즘 인기란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접근했는데, 이게 파고들수록 끝이 없다. 욕실 하나 제대로 고치려면 세면대, 수납장, 타일, 샤워 부스 파티션까지 하나하나 신경 쓸 게 너무 많다. 비용을 아끼려고 셀프로 해볼까 싶다가도, 유튜브에서 작업 영상을 보면 바로 포기하게 된다. 그 사람들은 전문가들이니까 그렇게 뚝딱 하는 거겠지. 화장실 청소조차 힘들어서 고민하는 나 같은 사람이 섣불리 공사에 손댔다가, 나중에 배관 문제나 타일 깨짐 같은 사달이 나면 정말 답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낡은 것들을 두고 보는 마음
결국 세면대 하부장은 임시방편으로 시트지를 붙여서 조금 더 쓰기로 했다. 경첩만 새것으로 교체했는데, 생각보다 깔끔해져서 괜히 일 벌이지 않길 잘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거울의 검은 반점은 그냥 세월의 흔적이라 치기로 했다. 사실 리모델링이라는 게 다 새로 바꾸면 당장은 좋겠지만, 또 10년 지나면 똑같이 낡아가는 거니까. 예전에 지인이 리모델링 업체에 맡겼다가 입주 청소 과정에서 오히려 기구들을 망가뜨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 자꾸 생각나서 더 망설여지는 것도 있다. 요즘은 그냥 S자 고리 하나 사서 욕실 용품을 공중부양 시켜놓는 걸로 만족하고 있다. 천 원짜리 아이디어 하나로 수납 고민이 꽤 해결되니, 굳이 큰돈 들여서 화장실 전체를 뒤집을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어차피 내 집인데,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애쓰는 게 오히려 더 스트레스인 것 같다.
여전히 남은 미련과 숙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인테리어 관련 앱을 켜서 화장실 사진들을 구경한다. 좁은 화장실을 호텔처럼 꾸며놓은 사진들을 보면 다시 한번 마음이 흔들린다. 저런 거울 조명은 정말 달아보고 싶은데. 나중에 시간이 좀 더 나면, 정말로 마음먹고 수건장이나 하나 바꿔볼까 싶다. 그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또 그때가 되면, 이번에는 타일 줄눈 색깔이 마음에 안 들어서 다시 고민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오늘도 화장실 문을 닫고 나온다. 당분간은 지금 이 상태로 그냥 사는 게 제일 합리적이라는 생각과, 그래도 조금은 바꾸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할 것 같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고민이 되는지, 퇴근길에 철물점에나 한번 더 들러볼까 싶기도 하다.
배관 위치 때문에 꼼꼼히 확인하는 게 중요하네요. 혹시라도 비슷한 경험 있으면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