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탕 지하 보일러실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을 때 진작 업자를 불렀어야 했다

대도탕 지하 보일러실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을 때 진작 업자를 불렀어야 했다

오래된 대도탕 지하 보일러실에서 발견한 첫 누수의 흔적

삼촌이 평생을 매달려온 대도탕은 이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다. 골목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어서 동네 노인네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왔지만, 건물이 낡아도 너무 낡았다. 지난가을, 삼촌이 갑자기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내가 일주일 정도 카운터를 봐주고 청소를 도맡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지하 1층 보일러실로 내려가는 계단 쪽에서 묘하게 퀴퀴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며칠 뒤 보일러실 구석 천장에서 맺힌 물방울이 툭툭 떨어지는 걸 보고서야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위치가 정확히 남탕 온탕 바로 아래쪽이었다. 온탕 물이 새어나와 콘크리트를 적시고 밑으로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철물점에서 산 방수페인트로 대충 때워보려 했던 안일한 생각

처음에는 일을 크게 만들기 싫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화장실 방수페인트 같은 걸 사다가 슥슥 바르면 웬만한 누수는 잡힌다는 글들이 널려 있었다. 삼촌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해결해 보겠다는 마음에 동네 철물점에 가서 대충 쓸만한 방수페인트를 물어봤다. 철물점 사장님은 일반 가정집 욕실 바닥이면 몰라도 대중목욕탕처럼 하루 종일 뜨거운 물이 담겨 있고 수압이 가해지는 곳에는 페인트 따위로 어림도 없다고 혀를 찼다. 하지만 나는 내 고집대로 인터넷에서 파는 삼화표 방수제 몇 통을 사서 온탕 물을 다 빼고 바닥 타일 틈새에 붓칠을 해댔다. 물기를 말리고 바르고, 또 말리고 바르는 작업을 이틀에 걸쳐 반복했다. 팔도 아프고 냄새도 지독해서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이렇게 고생했으니 당연히 물이 멈출 거라 믿었다. 완전히 착각이었다. 다시 탕에 물을 채우고 반나절이 지나자마자 지하 보일러실 천장에서는 이전보다 더 굵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콘크리트 내부에 이미 고여 있던 물과 새로 스며든 물이 페인트 막을 밀어내며 타일 틈새로 다시 삐져나온 것이었다.

업자들이 제안한 우레탄 도막방수와 무기질 방수 사이에서의 혼란

결국 삼촌에게 실토를 하고 전문 업체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동네 인근의 ‘가야방수’라는 곳을 포함해 세 군데 정도 전화를 돌려 견적을 물어봤다. 사장님들이 직접 와서 지하와 온탕 바닥을 둘러보더니, 다들 하는 말이 제각각이었다. 어떤 사람은 타일을 전부 걷어내고 바닥 전체에 무기질 방수를 다시 해야 한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비용과 시간을 줄이려면 균열이 간 틈새에 직접 약품을 주입하는 인젝션 방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정집에서 흔히 쓰는 우레탄 도막방수제는 목욕탕 온탕처럼 상시 고온의 물이 닿는 곳에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들떠버리기 쉽다는 설명도 그때 처음 들었다. 무기질 방수 처리를 하려면 타일을 다 깨부수고 바닥을 드러내야 하는데, 그 비용만 해도 천만 원이 훌쩍 넘는다고 했다. 반면 인젝션 공사는 지하 천장에서 누수 지점을 찾아 고압으로 에폭시나 아크릴계 약품을 쏴 넣는 방식이라 영업 중단 기간도 짧고 비용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삼촌과 나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가 결국 인젝션 방식으로 마음을 굳혔다.

결국 지하층 천장에 구멍을 뚫고 약품을 밀어 넣는 인젝션 방수를 선택하다

공사 당일 아침 8시가 되자마자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작업이 시작되었다. 지하실의 좁은 공간에서 인젝션 펌프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고, 콘크리트에 구멍을 뚫는 해머드릴 소리는 대도탕 건물 전체를 흔들었다. 작업자들은 지하 천장 균열 부위에 패커라는 쇠파이프 같은 주입구를 촘촘히 박아 넣은 뒤, 기계로 방수액을 밀어 넣었다. 약품이 들어가면서 콘크리트 틈새에 차 있던 시커먼 썩은 물들이 뿜어져 나오는데, 그 냄새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역했다. 지하실은 환기가 잘 안 되다 보니 방수 약품 냄새와 찌든 물 냄새가 뒤섞여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지하실 바닥에는 정체불명의 화학 액체와 콘크리트 가루가 뒤범벅이 되어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 난장판을 지켜보며 내가 왜 처음에 페인트 붓질 따위로 이걸 막아보려 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공사비용은 부가세 별도로 420만 원이 청구되었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지만, 작업 과정을 보니 이건 애초에 개인이 덤빌 영역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

사흘간의 공사 기간 내내 목욕탕 문을 닫으면서 치른 유무형의 비용

공사 자체는 하루 만에 끝났지만, 온탕 바닥의 실리콘 마감과 보강 작업 때문에 목욕탕 문을 꼬박 사흘 동안 닫아야 했다. 단골 노인분들은 문이 닫힌 대도탕 셔터 문을 두드리며 언제 여냐고 성화를 부렸다. 하루 매출 손실에 공사비까지 더해지니 가슴이 쓰렸다. 주말 장사를 통째로 날린 셈이어서 삼촌의 표정도 내내 어두웠다. 물을 빼고 바닥을 바짝 말린 뒤 약품이 굳기를 기다리는 그 사흘이라는 시간이 한 달처럼 길게 느껴졌다. 특히 온탕 주변의 미세한 틈새에 추가로 덧바른 방수재가 제대로 굳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보던 삼촌의 초조한 손길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물이 잡힌 것처럼 보임에도 지하로 내려갈 때마다 드는 묘한 불안감

지금은 공사를 끝낸 지 두 달 정도 지났다. 다행히 지하 보일러실 천장은 뽀송뽀송하게 말라 있고 더 이상 물방울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이 완전히 놓인 것은 아니다. 지하층 천장을 보면 약품을 주입하느라 박아두었던 쇠붙이 흔적들과 삐져나와 굳은 노란색 약품 덩어리들이 그대로 흉하게 남아 있다. 게다가 인젝션 방수라는 게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뒤로는, 매일 아침 온탕에 물을 채울 때마다 지하실로 내려가 천장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저 단단한 콘크리트 벽 뒤에서 또 어디로 물길이 터져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냥 이번 겨울만이라도 아무 문제 없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댓글 4
  •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부분 때문에 정말 속상할 것 같아요. 틈새 꼼꼼하게 처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 온탕 바닥에 방수제를 칠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겠네요. 사진으로 봤을 때 타일 틈새에 붓는 모습이 특히 답답했었죠.

  • 온탕 물이 타일 틈새로 계속 흘러내리는 모습이 정말 안타깝네요. 결국 전문가를 찾으신 것 다행입니다.

  • 인젝션 방수라는 방법이 정말 효율적이었네요. 오래된 건물에서 누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선택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