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새길래 그냥 두면 되는 줄 알았다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새길래 그냥 두면 되는 줄 알았다

처음에는 윗집 세탁기 문제인 줄 알았다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윗집에서 빨래를 하다가 물을 흘렸나 보다 싶었다. 관리사무소에 전화했더니 대수롭지 않게 아랫집에서 확인해보라고만 하더라. 그날 밤에는 그냥 세숫대야 하나를 받쳐두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그게 반쯤 차 있었다. 이게 단순한 누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조금 걸렸다. 윗집이랑 연락이 닿아서 물 사용을 잠시 멈춰달라고 부탁했는데도 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때부터 기분이 좀 묘하게 불길했다. 보통은 윗집 배수관 문제면 물 사용을 멈추면 바로 티가 나야 하는데, 이건 뭐가 달라도 한참 달랐다.

업체 부르는 것도 일이더라

동네에서 배관 설비 좀 한다는 곳을 수소문해서 연락했다. 처음 온 기사님은 슬러지가 끼어서 그렇다고 뚫으면 된다고 하길래, 한 15만 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천장을 뜯어보니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나빴다. 난방 배관에서 물이 비치는 게 보인다고 하더라. 화장실 누수 공사라는 게 그냥 단순하게 배관 하나 가는 수준이 아니라 천장을 다 뜯고 배관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예상했던 수리비는 이미 진작에 넘어갔고, 며칠 동안 화장실을 제대로 쓰지 못할 상황이 된 거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했던 게 민망할 정도였다.

50년 넘은 아파트라 그런가 싶기도 하고

우리 아파트가 거의 30년 가까이 된 곳이라 사실 배관 문제가 언젠가는 터질 줄은 알았다. 옆 동 사는 지인은 4,000만 엔이나 들여서 리모델링을 했다는데, 나는 고작 누수 하나 잡으려고 수백만 원을 깨먹게 생겼으니 비교하는 것 자체가 웃기기도 하다. 작업하시는 분들이 와서 소방 배관이랑 난방 분배기를 보더니 한숨을 푹 쉬는데, 그 소리가 왜 그렇게 크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알루미늄 복합관이니 뭐니 하는 전문 용어를 늘어놓으시는데, 사실 나는 물만 안 새면 그만이라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결국 난방 배관까지 전면 교체하는 판이 커져 버렸다.

며칠 동안 화장실도 못 쓰고 지냈다

공사 기간 동안은 정말이지 지옥 같았다. 아침마다 헬스장 샤워실로 달려가야 했고, 집에서 화장실을 마음대로 못 쓴다는 게 이렇게 불편한 줄 처음 알았다. 시에서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리모델링할 때 3억씩 추가 예산 확보해서 단열이랑 방수까지 다 한다더니, 나는 왜 개인적으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누수 점검 한 번 제대로 안 받았던 게 후회되기도 하고, 진작에 분배기 쪽이라도 교체해둘 걸 그랬다. 그런데 막상 배관 청소까지 다 하고 공사가 마무리되어 가는데도 마음 한구석이 찝찝한 건 왜인지 모르겠다.

여전히 의심이 가는 구석들

공사가 다 끝났다고 하는데, 왠지 보일러를 틀 때마다 소리가 예전이랑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물 떨어지는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 작업자분은 이제 괜찮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데, 그 말을 온전히 믿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다. 며칠 뒤에 난방비 고지서가 나오면 알게 되겠지. 제대로 고쳐진 건지, 아니면 또 어디선가 미세하게 새고 있는 건지. 그냥 이번 겨울은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더 이상 윗집하고 얼굴 붉히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고. 사실 공사 끝나고 정산할 때 영수증 보면서 조금 깎아달라고 할까 고민했는데, 괜히 더 깎았다가 나중에 진짜 문제 생기면 봐주지도 않을까 봐 그냥 다 냈다. 이게 맞는 건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