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양 석수동 오래된 빌라 탑층에서 시작된 천장 얼룩
작년 늦가을 쯤이었나, 안양 만안구 석수동에 있는 우리 빌라 4층에 사시는 할머니가 갑자기 우리 집 벨을 눌렀다. 안방 천장 구석이 거무스름해지더니 비만 오면 묘하게 눅눅한 냄새가 난다는 거였다. 올라가서 보니 이미 벽지 한쪽이 물을 먹어 울어 있었다. 우리 빌라는 지은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4층짜리 벽돌 건물인데, 반상회도 제대로 안 돌아가는 곳이라 이런 일이 생기면 총무 역할을 얼떨결에 맡고 있는 내가 골머리를 앓게 된다. 대충 옥상에 올라가 봤더니 초록색 우레탄 바닥이 군데군데 갈라져서 손가락으로 뜯으면 툭툭 떨어질 정도로 상태가 엉망이었다. 예전에 전 집주인이 대충 칠해놓고 나간 모양인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전혀 안 왔다.
페인트 가게에서 말한 셀프 우레탄 도막방수의 허상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대충 검색해 보고 요즘 셀프로 옥상방수 하는 사람들이 많다길래 근처 페인트 가게에 가봤다. 동네 사장님 말로는 롤러랑 붓 사고 우레탄 캔 몇 개 사서 슥슥 바르면 끝난다고 쉽게 말씀하셨다. KCC 스포탄 같은 제품을 사다가 칠하면 된다고 하길래 솔깃했다. 하지만 옥상 넓이를 재보니 대략 30평 정도 되는데, 이걸 혼자서 빗자루로 쓸고 먼지 다 닦아내고 바르는 상상을 하니 엄두가 안 났다. 게다가 검색을 더 해보니 단순히 칠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기존에 들뜬 페인트를 다 긁어내는 ‘면갈이’라는 걸 안 하면 새로 칠해봤자 금방 다시 들뜬다고 하더라. 페인트 가게 사장님은 그냥 덧칠해도 된다고 하셨지만, 인터넷 글들을 읽어볼수록 대충 했다가 1년 만에 다 일어났다는 흉흉한 후기들이 가득해서 결국 사람을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면갈이 작업 소음과 늘어난 공사 일정으로 인한 이웃 마찰
업체를 알아보는 것도 일이었다. 안양 근처 방수 업체를 몇 군데 수소문해서 전화를 돌렸는데 견적이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곳은 와서 보지도 않고 평당 얼마라고 퉁명스럽게 말하고, 어떤 곳은 와서 보더니 바닥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옥상 바닥 전체를 기계로 다 갈아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두 번째 업체로 결정하고 공사를 시작했는데 첫날부터 소음이 장난이 아니었다. 옥상 바닥의 낡은 우레탄을 기계로 긁어내는데, 앵앵거리는 쇳소리와 진동이 온 빌라를 울렸다. 3층 사는 아저씨가 야간 근무하고 자는데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고 옥상까지 올라와서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갔다. 미리 양해를 구하긴 했지만 소음이 이 정도일 줄은 나도 몰랐다. 게다가 먼지가 날려서 빌라 주변에 주차된 차들로 민원이 계속 들어와 아침마다 차 빼달라고 전화 돌리느라 진땀을 뺐다.
시트방수와 초록색 우레탄 견적을 비교하며 느낀 혼란
견적을 받을 때 우레탄 도막방수 말고 시트방수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시트는 방수 천 같은 걸 바닥에 깔아서 덮어버리는 방식이라 틈새가 안 생기고 수명도 더 길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었다. 시트방수는 대략 600만 원이 넘어간다고 하는데, 우리 빌라 세대원들에게 그 돈을 걷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30평 남짓한 옥상에 우레탄 도막방수를 하는 데만도 견적이 350만 원이 나왔는데, 이것도 8가구가 나눠서 내자고 하니 왜 우리가 내야 하냐며 불만을 터뜨리는 아래층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옥상은 공용 공간이라 같이 내야 한다고 건축법 조항까지 캡처해서 단톡방에 올리고서야 겨우 합의를 봤다. 결국 가성비를 타협해서 우레탄 하도, 중도, 상도 3단계로 칠하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기상 변수로 꼬여버린 우레탄 양생 기간
원래는 공사가 한 3일이면 끝난다고 했는데 날씨가 발목을 잡았다. 하도를 다 발라놓고 다음 날 중도를 올려야 하는데 갑자기 예보에도 없던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방수 공사는 바닥에 물기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우레탄이 굳으면서 안에 수증기가 차서 나중에 부풀어 오른다고 한다. 결국 비가 그치고 바닥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 이틀을 그냥 공치고 기다려야 했다. 일꾼들은 철수했고 옥상에는 칠하다 만 얼룩덜룩한 바닥만 덩그러니 남았다. 양생하는 데만 꼬박 4일이 걸렸고, 전체 공사 기간은 일주일을 훌쩍 넘겨버렸다. 기간이 늘어나니까 지나다니는 주민들도 언제 끝나냐며 한마디씩 던지는데 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공사가 끝나고도 완전히 지우지 못한 찝찝함
어찌어찌 공사가 다 끝나고 나니 옥상이 번쩍거리는 초록색으로 덮여서 겉보기에는 깔끔해 보였다. 탑층 할머니네 천장도 더 이상 물이 안 샌다고 해서 일단락되긴 했다. 그런데 공사 끝나고 몇 달 뒤에 우연히 옥상 구석을 보니 배수구 근처에 미세하게 기포가 올라온 것처럼 살짝 부풀어 오른 곳이 보였다. 업체 사장님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니 그 정도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나중에 찢어지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하는데 솔직히 찜찜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350만 원이라는 큰돈을 들여서 동네 사람들끼리 쪼개 냈는데, 이게 몇 년이나 갈지, 다음 장마철에 또 아래층에서 물 샌다고 올라오지는 않을지 비가 올 때마다 창밖을 보게 된다. 방수는 역시 눈에 안 보이는 틈새를 잡는 거라 완벽이라는 게 없는 것 같다.
초록색 우레탄이 그렇게 오래가는 편이 아니던데, 꼼꼼하게 관리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30평 옥상 넓이만 생각하면 혼자 하는 게 진짜 쉽지 않네요.
바닥 상태 때문에 업체 견적 차이가 이렇게 벌어지는 걸 보니, 정말 방수 종류 선택이 중요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