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철물점 사장님이 건네주신 벽돌 발수제
주말에 갑자기 옥상 벽면에서 물이 새는 것 같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다급하게 동네 철물점으로 뛰어갔다. 뭐가 필요한지도 잘 모르는 상태로 갔는데, 사장님은 다짜고짜 벽돌 발수제를 하나 내어주셨다. 가격은 3만 원 초반대였던 걸로 기억한다. 용량이 꽤 커서 이걸 다 쓸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옥상에 올라가서 상태를 보니 그게 아니었다. 벽돌 사이사이가 벌어진 곳이 너무 많아서 이걸 그냥 바른다고 해결될까 싶은 의구심이 들었지만 일단은 시작했다. 같이 챙겨온 붓 하나와 롤러로 틈새를 메꾸듯 바르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신나서 하다가 30분 정도 지나니 손목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지, 아니면 돈만 버리는 건 아닐지 걱정이 들었다.
엉뚱하게 튀어나온 기어렌치와 육각비트
벽돌 발수제를 바르다가 벽면에 튀어나온 녹슨 스텐 파이프 고정 장치를 발견했다. 덜렁거리길래 그냥 두면 나중에 큰일 나겠다 싶어서 공구함을 뒤졌다. 며칠 전에 사둔 렌치세트랑 기어렌치를 꺼냈는데, 이게 또 마음대로 안 움직인다. 육각비트를 끼워서 나사를 돌리려니 생각보다 너무 꽉 박혀 있어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인버터용접기를 써서 아예 떼어낼까 잠시 고민했지만, 용접 와이어도 없고 무엇보다 내가 다룰 줄을 모른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결국 쇠지렛대랑 망치를 가져와서 억지로 우겨 넣었는데, 그 과정에서 손가락을 살짝 찧고 말았다. 그냥 둘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LED충전등 하나에 의존한 마무리 작업
작업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옥상은 오후 6시가 넘어가니 금세 어두워졌는데, 발수제가 얼마나 발렸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차에 굴러다니던 LED충전등을 가져와서 벽면을 비췄다. 밝기가 생각보다 훨씬 세서 눈이 부셨지만, 덕분에 발수제가 안 묻은 구석진 곳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철판클램프를 이용해 임시로 고정해두고 벽면을 훑는데, 벽돌 표면이 울퉁불퉁해서 그런지 붓 자국이 엉망으로 남았다. 어차피 남이 보는 곳은 아니니까 괜찮겠지 싶으면서도, 나중에 비가 오면 여기가 먼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지울 수가 없었다.
시멘트본드로 땜질하며 느낀 허무함
조금 큰 틈새는 발수제만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 결국 시멘트본드까지 덧발랐다. 이게 맞는 방법인지 인터넷을 찾아볼 시간도 없었다. 그냥 대충 메우면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떡칠을 해버렸는데, 마르고 나니 벽면 색이랑 너무 동떨어져서 흉물이 되어버렸다. 나중에 보니까 근처 철물점 말고 조금 더 먼 곳에 있는 전문점에 갔으면 더 깔끔한 보수용 자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작업은 끝났지만 벽면은 더 지저분해졌고, 내 손엔 온통 회색 본드 자국이 남았다. 완벽하게 고쳤다는 기분보다는 ‘일단 이 정도로 끝내자’라는 찝찝한 타협만 남은 주말이었다. 비가 오면 다시 확인해봐야겠지만, 그때는 또 다른 문제가 터져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벽돌 사이사이 빈틈이 많아서, 시멘트 본드까지 바르셨다니 정말 정신없었겠네요.
LED 충전등 빛 때문에 눈이 아팠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전에 밝은 조명 없이 작업할 때 얼마나 답답했는지 알 것 같아요.
벽돌 사이 틈새를 막으려고 시멘트본드를 많이 바르니, 벽면이 더 어두워진 것 같아요. 붓 사용법을 좀 더 익히지 않아서 손목이 아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