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초록색 우레탄을 걷어내면서 겪은 일들

옥상 초록색 우레탄을 걷어내면서 겪은 일들

처음엔 그냥 페인트칠인 줄 알았다

부모님이 살고 계신 안산의 오래된 주택 옥상에 비가 새기 시작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처음엔 그냥 마트에서 방수 페인트 한 통 사다가 슥슥 바르면 해결될 일인 줄 알았다. 다들 옥상에 초록색 페인트 칠해놓은 거 보면 그냥 관리 차원에서 하는 간단한 작업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우레탄 하도니 상도니 용어가 나오는데, 생각보다 복잡했다. 그냥 붓으로 칠하는 게 아니라 바닥 상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더라. 옥상 문을 열고 나가보니 초록색 페인트가 여기저기 들떠서 껍질처럼 벗겨져 있었다. 누군가 예전에 셀프로 대충 발랐던 모양이다. 이게 들뜬 상태로 방치되면 오히려 그 틈으로 물이 고여서 더 안 좋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옥상 방수 업체와 견적의 괴리

동네에서 옥상방수업체 서너 곳에 연락해봤다. 대충 전화로 얼마냐고 물어보니 다들 와서 봐야 한다고 하더라. 하긴, 평수랑 바닥 상태를 직접 안 보고 가격을 정하는 게 말이 안 되긴 한다. 결국 한 분이 오셨는데, 견적을 듣고 좀 놀랐다. 생각보다 금액이 컸다. 자재값이 올라서 그렇다고는 하는데, 이게 단순히 페인트 칠하는 비용이 아니라 기존 우레탄을 다 갈아내는 ‘면갈이’ 작업이 핵심이라고 했다. 이 과정을 건너뛰고 위에 바로 덧칠하면 금방 또 들떠서 돈 낭비라는 말에 일단 수긍했다. 대략 30평 정도 옥상인데 200만 원 중반대를 불렀다. 처음 예상했던 50만 원 미만의 셀프 시공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한참 고민했다. 이게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싶었다.

우레탄 방수와 예상치 못한 소음

결국 업체를 부르기로 하고 날짜를 잡았다. 그런데 막상 작업이 시작되니 소음이 장난이 아니었다. 기존 우레탄을 연마기로 갈아내는 소리가 마치 건물 전체를 뚫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아래층에 살고 계신 부모님께 미리 말씀을 드려놓긴 했지만, 오후 내내 울리는 그 굉음 때문에 주변 이웃들에게 미안해서 계속 옥상과 집을 왔다 갔다 했다. 작업자분들은 익숙한 듯이 쉬지도 않고 기계를 돌렸다. 나는 옆에서 보다가 너무 시끄러워서 결국 근처 카페로 도망쳐 나왔다. 작업은 이틀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첫날은 면갈이와 청소만으로도 해가 다 저물었다. 방수 자재 냄새도 생각보다 독해서 창문을 다 닫아두어야 했다.

방수 시트냐 우레탄이냐 하는 고민

작업 중간에 업자분이 자꾸 시트 방수 이야기를 꺼냈다. 우레탄보다 가격은 좀 더 나가지만 한 번 해두면 옥상 열 차단도 되고 유지보수가 편하다는 거였다. 마음은 흔들렸지만 이미 정해진 예산이 있어서 그냥 원래 하기로 했던 우레탄으로 밀고 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건지 잘 모르겠다. 주변에 물어보니 누구는 시트가 낫다 그러고 누구는 그냥 우레탄이 제일 무난하다고 한다. 방수라는 게 참 애매하다. 당장 비가 안 새면 잘 된 것 같다가도, 여름 장마철이 지나봐야 비로소 결과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시공 직후에 보기에만 깔끔하면 뭐 하나 싶기도 하고.

결국은 결과물을 지켜봐야 하는 일

이제 옥상은 매끈하게 초록색으로 다시 덮였다. 색깔이 예전이랑 똑같아서 뭔가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아 허무하기도 하다. 돈은 꽤 들였는데 눈에 보이는 성과는 그냥 ‘깨끗해진 바닥’뿐이니까. 얼마 전 안산에 비가 꽤 많이 쏟아졌는데, 부모님께 전화해서 물어보니 다행히 아직 벽지에 얼룩은 안 생겼다고 한다. 그럼 잘 된 거겠지. 그래도 괜히 옥상에 올라가서 구석구석 살펴보게 된다. 어디 실금이라도 가 있지는 않은지, 물이 고이는 곳은 없는지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다. 누수라는 게 한번 경험하고 나니 예전처럼 마음 편하게 옥상을 쓰기가 어렵다. 이게 제대로 된 방수인지, 아니면 몇 년 뒤에 다시 들뜨기 시작할지, 사실 지금도 확신은 없다. 다음에 또 문제가 생기면 그땐 정말 고민이 많아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