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프공이 우리 집 창문을 밟고 지나가는 상황
며칠 전 아파트 외벽 보수 공사 때문에 집 전체가 어수선했다. 관리사무소에서 미리 공지사항을 붙여두긴 했지만, 정작 당일 아침에 작업자들이 줄을 타고 내려오기 시작하니 기분이 묘했다. 창밖으로 사람 발이 쑥 지나가는데, 처음에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일인데, 내 눈앞에서 로프 하나에 의지해 위아래로 움직이는 걸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작업을 하시는 분들도 고생이라는 걸 알면서도, 막상 우리 집 유리창을 발로 딛고 샷시를 지지대 삼아 몸을 반동으로 흔드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게 원래 정상적인 작업 방식인가 싶어서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유리창에 상처가 났다는 사람들 글이 생각보다 많아서 괜히 내 유리창도 확인하게 됐다.
젠다이와 실리콘 작업의 현실적인 번거로움
베란다 누수 때문에 결국 30만 원 정도를 들여서 외벽 코킹을 새로 하기로 했다. 인조대리석 젠다이 부분이랑 샷시 틈새가 문제였는데, 이게 한번 터지기 시작하니까 비가 올 때마다 창틀 아래로 물이 찔끔찔끔 배어 나왔다. 업체는 동네에서 이름 좀 있는 곳으로 불렀는데, 막상 현장에 온 분들은 생각보다 훨씬 바쁘게 움직였다. 실리콘을 쏘는 것보다 기존의 낡은 실리콘을 제거하는 게 더 중요한 작업이라며 긁어내는데, 그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렸다. 쇳소리처럼 거슬리는 그 소리를 두 시간 넘게 듣고 있으니 나중에는 그냥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게 제대로 안 되면 나중에 또 사람을 불러야 한다는 불안감이 계속 남아 있었다.
작업 도구와 이동 방식이 주는 불안감
작업하시는 분들이 챙겨온 로프나 장비들을 보니 꽤 낡아 보였다. 튼튼한 거겠지 싶으면서도, 뉴스에서 가끔 로프 사고가 났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괜히 긴장이 되었다. 드론으로 고산지대 물류를 옮긴다는 요즘 세상인데, 아파트 외벽은 여전히 사람이 직접 매달려야 하는구나 싶어서 기술의 격차를 실감했다. 게다가 불소수지도장이나 페인트 보수까지 겹치면 작업 시간도 길어지는데, 그동안 집에 갇혀서 샷시 너머로 눈을 마주치는 게 참 어색하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샷시 하단에 살짝 긁힌 자국이 보였는데, 이걸 두고 뭐라고 말하기도 참 애매했다. 다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싶어 그냥 넘어갔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찝찝함이 남아 있다.
작업이 끝난 뒤에 남는 물음표
오후 4시쯤 작업이 끝났다고 해서 옥상으로 올라가 로프를 걷는 걸 구경했다. 외벽에 칠해진 페인트는 깔끔해 보였지만, 코킹 작업이 진짜 제대로 된 건지는 사실 비가 왕창 쏟아져봐야 안다. 만약에 다음 비에도 물이 새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비용도 싼 편이 아니었고, 하루 종일 집 안에서 소음에 시달리며 긴장했는데, 결국 결과물에 대한 확신은 작업자의 숙련도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의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무사히 끝난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더 꼼꼼히 따져봤어야 하는 건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어수선했던 하루의 잔상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이런 공사를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정해진 매뉴얼 같은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누군가는 묵묵히 자기 일만 한다. 어제는 화순군에서 로프 프로젝트 같은 걸 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로프라는 게 누군가에게는 예술이고 누군가에게는 생존 수단이자 누군가에게는 그저 일상의 번거로운 소음일 뿐이다. 내일 다시 비가 온다고 하는데, 제발 이번에는 코킹이 잘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애매한 상태로 끝난 것 같아 찜찜하지만, 다시 사람을 부를 엄두는 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