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은 그저 아주 작은 곰팡이 얼룩이었다
작년 여름이었나, 안방 창문 아래 벽지에 곰팡이가 검게 피어오르는 걸 보고 그냥 가습기 때문인 줄 알았다. 환기를 자주 안 시켜서 그런가 보다 싶어 닦아내고 제습기를 열심히 돌렸는데, 장마가 시작되자마자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창틀 실리콘 틈새에서 빗물이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한 거다. 처음에는 그냥 젖은 휴지로 닦으면 되겠거니 싶었는데,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에는 아래쪽 마루바닥까지 물이 흥건하게 고였다. 이게 참 사람 미치게 하는 게, 비가 그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말라버리니까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옅어진다는 점이다. 아파트 관리실에 전화해 봐도 ‘외벽 코킹은 입주민 개인 영역’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20년 넘은 아파트라 창호 전체를 다 뜯어내고 교체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그 비용을 알아보니 차 한 대 값은 그냥 우습게 깨지더라. 당장 그 돈을 마련할 엄두가 안 나서 그냥 급한 불만 끄기로 마음먹었다.
업체를 부를지 말지 고민하다가 하루가 다 갔다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어떤 사람은 무조건 전문가를 불러서 로프 타고 내려오는 사람을 써야 한다고 했다. 아파트 고층이라 겁이 나기도 했지만, 일단 업체 견적을 받아봤다. 대충 30만 원에서 50만 원 사이를 부르는데, 이게 또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곳은 실리콘만 쏘면 된다고 하고, 어떤 곳은 창틀 주변 균열을 메우는 수밀 코킹까지 다 해야 한다고 해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누수 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꼼꼼하게 봐주는 곳을 찾고 싶었는데, 막상 상담을 해보면 다들 자기들이 제일 잘한다고만 하니 솔직히 신뢰가 잘 안 갔다. 그러다 결국 인터넷에서 후기 좋은 곳을 찾다가 지쳐서, 그냥 근처 인테리어 가게에 물어물어 연락처 하나를 받았다. 그런데 이 양반들이 오기로 한 날에 비가 와서 일정을 세 번이나 미뤘다. ‘지금이 성수기라 바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데, 속이 타들어 가는 건 나뿐인가 싶어 괜히 억울했다.
생각보다 단순해 보였던 작업의 실체
막상 작업하는 날을 지켜보니 참 허탈했다. 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작업자분이 창틀의 낡은 실리콘을 커터칼로 긁어내는데, 그동안 내가 닦아냈던 곰팡이들이 그 틈새에 얼마나 깊숙이 박혀 있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였다. 10년 차 경력이라고 하던데, 손놀림이 정말 빠르긴 했다. 실리콘을 쏘고 헤라로 슥 밀어버리니 깔끔하게 정리되는 게 기술은 기술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작업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 이게 기술보다도 얼마나 꼼꼼하게 기존 실리콘을 제거하느냐의 싸움 같다는 거다. 대충 겉에다 덧방을 치면 몇 달 못 가서 다시 뜬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들으니 아까 30만 원 넘게 쓴 돈이 조금 아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아파트 12층에서 로프 매고 매달리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여전히 남아있는 찝찝한 의구심
작업이 다 끝나고 실리콘이 완전히 굳을 때까지 며칠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은 창문을 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라. 그런데 사람이 마음이 참 간사한 게, 비싼 돈 들여서 공사를 마쳤는데도 다음에 또 물이 새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멈추질 않는다. 사실 보일러 분배기 쪽에서도 살짝 물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이것도 누수인지 아니면 그냥 습기인지 아직도 긴가민가하다. 업자분은 창틀 코킹만 제대로 하면 일단 빗물 누수는 해결될 거라고 자신했는데, 이번 장마가 오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예전처럼 곰팡이 냄새가 덜 나는 것 같긴 한데, 이게 공사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날씨가 건조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은 창틀이 하얗고 깨끗하니까 그걸로 만족하려고 노력 중이다.
결국 지나가야 하는 과정일지도
누군가는 창호 전체를 교체해서 속 편하게 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출받아서 집을 고치는 게 쉬운 일인가. 다들 그렇게 땜질하고, 곰팡이 닦아내고, 다시 또 새고 그러면 또 부르고 그렇게 사는 거겠지. 이번 공사가 완벽한 해결책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그냥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불편함을 조금 덜어낸 정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음에 또 물이 새면? 그때는 뭐, 또 사람 불러야지 별수 있나. 덤덤하게 받아들이려 노력하지만, 그래도 다음 비 소식에는 여전히 신경이 곤두서는 건 어쩔 수 없다.
곰팡이 제거하는 틈새를 보니, 꼼꼼하게 닦지 않은 게 문제였네요.